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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4

나는 미세먼지가 싫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 나오는 무진이란 도시의 안개는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한다. 눈을 떠 보면 바로 앞산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 김승옥은 이를 '여귀의 입김'으로 묘사하며 사람의 미래를 더 무시무시하게 써내려간다. 이 작품이 에 발표된 때는 1964년. 군사정권이 산업화를 추진하던 시기였다. 개인은 없고 국가와 사회만 있는 그런 시대. 김승옥은 거대담론이 .. 2018. 3. 30.
[썰물밀물] 1인 미디어의 반란    김진국 논설위원 2018년 03월 21일 00:05 (수) 작게크게 ▲ 김진국 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의 시작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내부망에 올린 검찰 상관의 성추행 고발 글이었다. 이 글을 본 한 TV방송사는 서 검사 인터뷰를 방영했고, 이어 신문과 온라인 매체들이 앞다퉈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법조계 미투운동은 문화예술계로 번져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성추행 고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고 시인이 공식매체를 통해 이를 부인하자 최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괴물에 대해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이라며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란 글을 올렸고 언론사들은 또다시 이를 인용 보도했다. 미.. 2018. 3. 22.
한반도 운전자론과 고려의 다원외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가 평화의 땅으로 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자칫 작은 변수라도 돌출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다. 남북 관계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엔 미국은 물론 한·미·일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며 소심하게 끼어드는 일본, 조용히 지켜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불안한 방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올해로 '건국 1100주년'을 맞는 '고려의 외교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는 한마디로 여러 나라와 외교를 하되 결정적인 순간엔 실리를 취하는 '다원적 외교' '등거리 외교'를 매우 전략적으로 실행한 국가였다. 고려는 거란이 멸망하는 12세기 .. 2018. 3. 20.
우리는 염원한다, 남북통일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들어오고 나간 길은 '경의선' 육로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과 응원단이 오간 통로 역시 같은 길이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499km의 경의선은 1906년 개통했으나 6.25전쟁으로 한 가운데가 끊어진다. 다시 길이 놓인 때는 2003년 10월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따라 그 해 9월 공사를 재개해 3년 만에 완공하기 전까지, 반세기동안 경의선 길은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경의선 공사 전 과정을 기록한 사람은 인천 소래 출신 사진가 최병관이다. 지뢰제거에서부터 지반공사, 전리품 수거 등 짧은 기간 동안 무수한 '분단의 사연'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뉴욕 UN본부에서 우리나라 사진가로.. 2018.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