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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4월의 성장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30.



4월의 성장통

나의 4월은 온 줄도 모르게 찾아왔다.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다 도서관을 나설 때면 봄바람대신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바람이 나를 휘감았다. 불쑥 커진 일교차에도 내 옷차림은 계절을 따라가지 못했다.

달력이 넘어간 지 보름이 되어가지만 나의 일상은 지나간 달과 똑같았다. 4월 1일이 되던 날, 누군가에게 1일은 새 다짐의 시작이었겠지만 내게는 그저 어제 보던 책의 다음 장을 넘기는 날이었다.

최근에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시험기간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게 하는 도서관의 분위기다.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가면 자리의 절반이 넘게 비어있었지만 이젠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습관처럼 앉던 3열람실 고정석도 이미 다른 이의 열정으로 차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살피면 다들 독서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뭔가에 몰두해있다. 마음에는 동질감 대신 조급함이 쌓였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일찍 집에 가는 날이면 아직 펜을 쥐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패배감이 들기도 했다.

오늘도 도서관을 나서는데 역시나 바람이 찼다. 겨울코트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오전부터 토익학원에 가야했고, 자격증 시험은 이틀을 남겨놓고 있었다. 주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였고,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온 중간고사는 그 다음 문제였다. 정리되지 않은 내일들을 떠올리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늘도 나는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는데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었다.

지난해 4월의 나는 회사에 다녔다. 2개월 차 초보 인턴. 아직 ‘팀장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했던 스물세 살 막내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한 시간 반 거리를 출근하고, 가끔 야근을 했다. 하루를 꼬박 투자해 만들었던 기획안이 다음 날 광고주로부터 ‘짤’되는 날도 있었고, 고쳐 쓰고 고쳐 쓴 헤드라인도 다시 써야했다. 그때의 나는 계약 만기일만을 손꼽아 세곤 했다.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미숙함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순간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배우고 고민하던 시간들이, 처음으로 내가 기획한 콘텐츠가 발행되던 순간이, 듣고 싶었던 그 칭찬을 듣게 만든 내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금 겪는 4월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험과 취업준비에 치이는 오늘도 그랬으면 좋겠다. 싫었던 작년의 그 봄이 지나고 나서야 아, 따듯했던 봄이었구나. 알았던 것처럼./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