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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잊지못할 북미의 4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29.


4, 만물이 소생하고 활력이 충만한 계절이라며 우리는 이달을 기꺼이 반긴다. 그리고 훨씬 이전부터 4월의 찬란함을 기대한다. 4월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계절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나 내가 겪은 4월은 인지 속에 늘 획일화되었던 계절로 설명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다녔던 북미 여행지들만 둘러보더라도 4월이란 그 계절을 정의할 수 없다.

 

처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봄다운 계절을 만끽했다. 지금껏 겪어왔던 4월스러웠다. 날씨는 맑았고, 한기는 이미 풀어진 지 오래였으며, 잎사귀들은 푸르르러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목적지였던 밴프 지역은 달랐다. 같은 나라의 같은 계절이란 것을 의심할 정도로 여전히 설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장 좋았던 루이스 호수는 완전히 얼어 있었고, 곧게 뻗은 침엽수들 위에 쌓인 눈은 녹지 않았다. 그 한기의 위엄 때문에 옷깃을 여미면서 다녀야 했지만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움에 매료될 뿐이었다. 원색의 아름다움과 함께 따뜻함으로 눈길을 끈 나이아가라 폭포와 달랐지만, 비교는 되지 않았다. 인생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을 만큼 아름다웠고, 푸르지 않아도 꽃이 없어도 그 모습 그대로 다했다.

 

이후에 갔던 라스베이거스는 또 다른 날씨를 선사해 주었다. 너무 더워 민소매를 입어도 땀이 흘렀고, 여름과도 같은 더위와 야자수까지. 날짜를 알지 못했다면 아무도 그곳을 ‘4의 날씨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도 역시 4월이었다.

 

그렇다. "4월답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곳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하나의 계절로 묵었던 기준은 오류였고, 어떠한 척도도 되지 않았다

 

흔히 우리의 인생의 꽃이라 불리는 인생의 봄이라는 시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생에 꽃피는 4월이라는 기준은 어디에 두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늘상 "인생의 꽃이 핀다"라고 말하는 것은 곧 행복하다, 성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성적’, ‘직업의 귀천등 객관적인 수치로 매겨 ‘네가 나보다 낫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어느 지인이 대기업에 취직하고, 연봉이 억대를 찍고, 결혼 적령기에 맞춰 결혼하자 어른들은 “영환이 인생에 꽃이 피네라고 말한다. 이때 꽃은 과연 어떤 꽃일까. 그것이 그들이 모두 그에게 기대했던 4월이었던가. 그렇다면 나의 4월도 그와 똑같은 기준으로 개화하기를 학수고대 해야 할까.

 

같은 4월이었지만, 나이아가라는 꽃이 피고 있었고, 루이스 호수는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라스베가스는 뜨거운 여름이었다. 온화한 기후에선 새싹이 트는 것이 봄이었고, 한기가 여전한 지방에선 그로 인해 어는 얼음이, 그리고 그 찬바람이 그것의 4월이었다. 열대 기후에선 그 뜨거운 태양이 그러했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곳에 서의 여행이 더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각자의 여행지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그것이 나름대로 그곳의 만물이었다./임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