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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

소월미도등대와 인천항 VTS

by 김진국기자 2017. 6. 15.

"해양경찰의 사격훈련이 금일 13시20분부터 14시까지 북위 36-05 동경 126-10에서 3마일 반경으로 시행예정입니다. 주위를 항해하시는 모든 선박은 상기 지점을 운항하실 때 각별히 주의하시어 안전항해 바랍니다. VTS!" 

12일 오후 1시. 인천시 중구 북성동 1가 104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항 해상교통관제(VTS·Vessel Traffic Service) 센터 6층 관제실. 관제사들이 인천항을 오고 가는 선박들에게 열심히 육성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의 모니터를 앞에 놓고 끊임없이 송신하는 관제사들의 뒷모습엔 빈틈이 안 보인다. 단 1초라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었다간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므로 3개조가 3교대로 24시간을 근무한다.

VTS는 인천앞바다를 지나는 배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곳이다. 통나무배부터 수십만t의 화물선까지 인천앞바다엔 수십 수백척의 배들이 오간다. 어떤 배는 항로를 이탈하기도 하고, 어떤 배는 음주운항을 하기도 한다. VTS는 바로 이같은 배의 항적을 파악해 안전한 항로를 알려준다. 레이더, CCTV, 무선전화 등의 통신시설을 갖추고 안전항해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상복 센터장은 "VTS는 항행안전정보 제공을 통한 관제구역 내 선박교통안전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선박 입출항 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항만운영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재영 주무관은 "1993년 1월 포항에 첫 VTS를 도입한 이래 현재 15개소의 항만교통관제센터와 3개소의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 등 18개의 센터가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항 VTS는 대한민국의 가장 험난한 바닷길을 가장 안전한 항로로 만들기 위해 온종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인천항에 VTS가 설치된 때는 1998년이다. 앞서 1970년엔 항무통신운영 업무를 시작했고 1984년엔 항만관제기능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지금의 6층 건물은 2006년에 준공한 것이다. 관제실에선 인천대교와 월미도, 인천항갑문, 5부두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인천대교를 바라보는데 경간 사이 하얗고 긴 건축물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등대'이다. VTS는 저 팔미도등대와 함께 '소월미도등대'가 서 있던 자리에 들어섰다. 

소월미도등대와 팔미도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개항장을 드나드는 선박이 크게 늘어난다. 일본은 조선정부에 항구를 수리하고 등대나 초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1902년 3월20일 인천해관에 등대국을 신설하며 등대건설작업에 들어간다. 결국 1902년 5월16일 시작한 인천항 팔미도, 소월미도 등대와 북장자서등표, 백암등표 건설은 1903년 4월 끝난다. 등대 준공 뒤 전기회전식 6등급 등명기로 점등한 날은 6월1일이다. 일본 제국주의 세력은 러일전쟁 중 경인철도 인천역에서 월미도를 거쳐 소월미도에 이르는 임시 군용철도를 개설한다. 소월미도에 내려진 군용화물을 뭍으로 실어나르기 위해서였다. 소월미도등대는 결국 제국주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인천사람들에게 소월미도는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신태범 박사는 저서 <인천 중구의 옛풍물>에서 "새하얀 석조등대가 어린이 주먹만한 소월미도 돌산 위의 솔밭에 둘러싸여 아담하게 서 있는 모습은 전시관의 표본이나 동화에 나오는 장난감 같은 조형물로서 많은 시민의 총애를 받던 랜드마크의 하나였다"며 "대학 시절에 월미도로 놀러 나오면 유원지의 인파와 소란을 피한답시고 소월미도 등대까지 걸어 나와 조용한 시간을 즐기곤 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인천항에서 소월미도가 갖는 지정학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일제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27일 소월미도등대를 폭파시킨다. 이후 이 자리엔 '최첨단 등대'라 할 수 있는 VTS가 들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1974년 내항이 준공되기 전까지 소월미도는 둑길로 월미도와 이어져 있었으므로 산책길로 사랑을 받기도 했다.

황해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 앉는다. 항구에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항구의 불빛이 명멸할 때, 귓전을 감미롭게 맴도는 포커의 '씨 오브 핫 브레이크(Sea of Heartbreak)'의 멜로디란.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